북한 공산군이 쳐들어왔다. 대통령은 잠을 잊은 채, 자정을 넘겼다. 침통한 모습에 나는 그때까지 한 마디도 말을 건넬 수가 없었다. -프란체스카 도너 리-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의 6.25를 뛰어넘는 한 권의 책에서 당시의 모습들을 생생히 들여다본다. 대통령의 부인으로서, 비서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 프란체스카 여사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글들, 조선의 여인상보다 더 여성스러운 한 여인의 일기장에서 우리는 6.25의 처절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6.25가 터지기 전 1여년 동안 북한은 휴전선에서 1000여 건의 총격전 도발을 벌이며, 남침의 기회를 매일같이 타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들은 거의 없다. 당시 미군에서는 처음부터 학도병에게, 우리의 훈련병에게 총과 다른 무기 지급하는 것을 꺼렸다. 이승만 대통령의 간구의 요청이 매번 묵살 당했던 것들도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총만이라도 충분히 쥐어주었더라면 그 많은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미군도,
여.순반란 사건의 후유증으로 미군은 한국인을 믿지 못하게 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낙동강 전선에서 수많은 학도병과 군인들이 총 한 자루 없이 죽어가며 용감히 막아내는 것을 본 미군부는 그때서야 한국군에게 총을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그렇지만 충분하게 지급하지는 않았다. 남아도는 무기를 한국군에게 지급하는 것을 끝내 꺼려했던 미군부, 그들은 왜 한국군을 그렇게도 믿지 못했을까?
책을 읽어가며, 답답한 마음과 울분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책 한 권 읽지 않고 세상의 이치를 논하는 이, 그를 무어라 불러야 할지 막막한 것처럼, 오늘도 우리는 책 한 권 읽을 시간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그래서 기막힌 사실들을 까마득한 먼 나라의 일처럼이라도 느끼지도 않고 지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