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채널뿐만 아니라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까지 장악한 트롯 대중가요를 두고 지난 시절에 젊은이들과 지성인들은 저질이라거나 왜색이나 상스럽다면서 우리의 대중가요를 비하하면서 비판도 많았다.
동창회와 사교클럽 모임의 여흥시간에는 가곡이나 클래식 노래를 불러야 우리의 대중가요를 부르는 것보다 체면이 서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사람의 입맛이 다양해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즐겨 부르는 노래가 다른 것이 이상할 것도 없지만, 우리의 트롯은 뽕짝이라거나 왜색 가요라고 혹평도 받았다. 하지만, 트로트는 남미 레게음악의 한 장르로 북미와 태평양을 건너와 한국과 일본에서 크게 사랑받으며, 우리의 대중가요로 정착하게 되었고, 우리 시대의 변천에 따라 흘러오면서 한국인의 애한을 달래주는 노래로 자리잡게 되었다.
일제시대에는 우리 민족의 한을 담았거나, 6.25 전쟁 후에는 수많은 실향민의 고난과 향수를 표현했거나, 삶의 터전을 찾아 고향을 떠난 사람들의 설움과 삶을 반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 대중가요인 트롯의 가사는 남녀 간 사랑과 이별의 아픔을 담은 연정에 얽힌 노랫말이 대부분이다.
트롯은 멸시도 많이 받고 발전에도 굴곡이 있었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는 제2의 트롯 부흥은 더 이상 어떤 사람의 눈치나 체면을 생각 않고 마음껏 노래해도 좋다는 해방감과 무관치 않다. 20~30대 젊은이들은 물론 10대의 어린이들까지 이젠 대중가요 몇곡 정도 부르지 못하면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트롯도 다양한 형식으로 가락과 박자의 조합이 있는데, 전통 뽕짝부터 디스코, 고고, 발라드, 테크노 등등 다양한 장르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우리의 트롯은 기존의 전통 뽕짝을 넘어 대중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변화도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케이블과 공중파 방송까지 경쟁적으로 트롯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어 대중가요 붐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롯을 논하는 일은 우리 가요의 정체성이 얼마나 모호한지, 얼마나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여기까지 발전해 왔는지 고백하는 일이다. 이런 고백들이 모여 한국 대중가요의 전통에 대한 담론이 된다. 그리고 전통 그 자체를 만들어 낸다. 결국 뽕짝은 우리나라 대중가요의 숨길 수 없는 전통이 됐고, 뽕짝은 민족 정서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노래는 부르는 사람이 즐겁고 듣는 사람도 흥겨워야 한다. 그래서 함께 희로애락을 나눌 수 있는 것이 대중가요다. 가요황제니 국민가수니 하는 말들이 이젠 우리 국민에게 낯선 용어가 아니다.
그만큼 트롯은 우리 국민들의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인생살이의 고달픔과 경제적인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데, 이럴 때 대중가요를 부르면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어 좋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높은 물가와 고금리, 녹록치 않은 경제사정으로 고달픈 인생살이에 트롯은 인생의 즐거움이고 보약이 될 것이다.
이태균 경남뉴스25 고문